이번 MLB 팀은 김병헌 선수의 영광과 함께 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입니다. 연고지는 서부의 피닉스, 약자는 디백스입니다. 다이아몬드백은 방울뱀이라는 뜻인데요, 그래서 유니폼에 방울뱀이 새겨져 있습니다. 1998년 템파베이와 함께 창단을 한 팀이고요 30개 팀들 중 역사가 가장 짧은 구단입니다. 하지만 벌써 월드시리즈 1회 우승 - 김병헌 선수도 함께 했죠 - 을 했으니 아직도 우승 못한 팀에 비해서는 괜찮은 걸까요? 하지만 우승 후 꾸준히 내리막을 타고 있는 팀입니다. 최근 성적이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창단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팀이라 여구 결번자 수가 매우 적습니다. 우리가 매우 잘 알고 있는 두 선수가 있는데요, 월드시리즈 우승 때 끝내기 안타를 쳤던 루이스 곤잘레스, 최고의 좌완 중 한 명인 랜디 존슨입니다. 랜디 존슨의 경우 경력이 매우 특이한 지점이 있습니다. 현대 야구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데요, 통칭 빅 유닛. 통산 303승, 방어율 3.29, 탈삼진도 4875개입니다. 특이한 점은 20대에는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30대에 접어들면서 각성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언터쳐블의 투수가 되는데요, 심지어 40대까지 리그를 지배한 전설 중의 전설입니다. 갈매기를 살해한 장면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아있는 명(?) 장면입니다.
탈삼진율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유일무이한 25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9이닝당 탈삼진이 10.5개를 넘긴 유일한 선수입니다. 90년대에도 가장 많은 삼진, 2000년대에도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낸 삼진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선수입니다.
하지만, 첫 메이저리그 시즌에는 그저 그런 오버핸드 강속구 투수일 뿐이라 몬트리올에 지명을 받은지 1년 만에 시애틀로 트레이드됩니다. 시애틀 시절에도 제구는 불안한 강속구 투수였지만 놀란 라이언을 만나고 난 후 제구가 잡혀버립니다. 심지어 상대팀 선수였는데 제구를 잡아줬던 라이언 선수가 대인배일까요. 이후 30대 시절은 우리가 아는 그 랜디 존슨이 되어 버립니다. 놀라운 점은 44세 시즌에도 11승 10패, 184이닝, 3.91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두는 외계인급 활약을 평생 펼친 위대한 선수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명예의 전당행은 뭐 당연한 것이었고 지금은 특히 하게도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한 명의 디백스 선수. 우리에게 익숙한 김병헌 선수입니다. 랜디 존슨이 삼진을 잡는 능력은 본인보다 더 뛰어나다고 이야기를 했으며, 블라디미르 게레로도 저런 지버분한 공을 던지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고 립 서비스 성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부러진 배트로 인해 발목 부상의 여파가 없었다면 정말 김병헌 선수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부상을 입은 2003년 시즌은 성적이 좋았지만 2004년부터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린 것을 생각해 보면 몸 관리를 제대로만 했다면 하는 또 하나의 아쉬움도 있습니다. 오히려 김병헌 선수는 은퇴 후 해설, 방송인으로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박찬호, 류현진 보다 임팩트 면에서 김병헌을 잊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디백스의 역사가 다른 구단에 비해 짧다 보니 2001년 월드시리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는 리빌딩과 성적이 하락하며 암흑기 아닌 암흑기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당대 최강의 팀 뉴욕 양키스와 격돌했고 최종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시리즈 전적 4대3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합니다. 당시 랜디 존슨, 커트 실링의 어마어마한 투구로 인하여 승리했기에 두 선수는 공동으로 시리즈 MVP를 수상합니다. 또한 21세기 최초의 월드 시리즈이기도 했습니다.
3차전까지 디백스의 시리즈 전적 2승 1패의 리드로 시작한 4차전. 8회 말 3대1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던 디백스는 마무리 김병헌을 8회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두는데요, 김병헌은 보란 듯 3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버립니다. 운명의 9회 첫 타자를 잡아낸 김병헌은 이후 안타를 맞았지만 삼진으로 투아 웃을 잡았고 경기의 무게의 추가 기울었다 생각하는 순간 티노 마르티네스가 투런 홈런을 쳐 순식간에 경기는 동점이 되었고 10회까지 마운드에 등판한 김병헌의 61구째 공이 데릭 지터에게 향하는 순간 경기는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5차전 똑같은 상황에서 다시 김병헌은 투아웃을 잡아내고 스콧 브로셔스에게 투런 홈런을 맞아버립니다. 결국 디백스는 이 경기를 내주고 마지막에 몰립니다.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하지만 디백스에겐 랜디 존슨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기어이 6차전을 대승으로 잡아냅니다. 김병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생이 맞고 온 걸 본 형들이 제대로 갚아줬다. 기쁘다 라고 발언을 합니다. 김병헌 다운 발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7차전은 커트 실링과 당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로저 클레멘스의 맞대결로 이루어집니다. 7회까지 1대1로 맞서던 두 팀의 균형을 깬 건 소리아노의 홈런. 경기는 2대 1, 양키스의 리드로 이어집니다. 9회 말, 양키스의 마운드엔 당대, 아니 역대 최강의 마무리 리베라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당시 중계를 봤던 저도 포기하고 있었는데요, 아마 야구를 보던 모든 사람이 그랬을 거예요. 선두 타자 마크 그레이스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밥 브렌리 감독은 번트를 지시했고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순간, 리베라가 송구 실책을 범합니다. 천하의 리베라도 월드시리즈 7차전 9회는 부담스러웠을까요?
무사 1,2루 다시 번트가 나왔고 리베라는 침착하게 3루로 송구하여 1아웃을 잡아냅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워맥이 2루타를 뽑아내며 경기는 동점이 되었고 다음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의 위기를 만듭니다. 이다음 장면은, 네! 우리가 아는 익숙한 그 장면, 루이스 곤잘레스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며 디백스는 프랜차이즈 역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합니다.
제가 실제로 봤던 월드시리즈 중 가장 재미나게 봤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디백스의 홈구장은 체이스 필드입니다. 인조잔디 구장으로 수용인원은 48,686석 규모의 비교적 큰 구장입니다. 구장 지붕을 닫을 수 있는 돔구장이며, 개방형 돔구장의 표본을 제시한 구장으로 체이스 필드 이후 모든 구장은 비슷하게 지어질 정도로 잘 지어진 구장입니다. 워날 피닉스 지역이 덥고 건조한 곳이라 어쩔 수 없이 돔구장이 필요했던 케이스로 보입니다. 우측 외야에 있는 수영장이 유독 저는 눈에 띄는 구장이기도 합니다. 입장료는 생각보다 비쌉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개방형 돔구장이 꼭 하나쯤은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팀으로 또 찾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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